2011/04/01 23:01
BL감상/under
동인 쪽 이야기라 아마 모르실 거 같은데.
누군가한테 말하기 보다 그냥 저 혼자 투덜투덜하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.
무시하시는 게 그냥 속 편하실 듯.
엄...그러니까.
요즘 모 소설에서 주인공이 엄청 두드려 맞고 있습니다. 주인수를 곤경에 빠뜨리고 나 몰라라 내뺀 나쁜 놈! 주인수가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도 못하게 만들다니 이 미적지근한 놈! 너만 생각하는 나쁜 놈! 이기주의자, 에고이스트!! 니가 그러고도 정녕 주인공이냐! 주인수를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주인공따위 갖다 버려!! 뭐 이런 식?
근데 사실 전 거기서 왜 주인공이 욕 먹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.
상황은 그래요. 안타까워요. 죽고 싶다는 주인수를 보며 저도 얘도 참 인생이 더럽게 꼬였지, 안쓰러운 마음도 있긴 해요. 그런 주인수를 내버려두고 코빼기도 안비치는 주인공 놈이 잘했다는 건 아니에요. 지금 이 사태를 빚어낸 건 물론 주인공이니까요. 사람의 괴로운 과거, 혹은 현재의 모습을 파고들어 상업적으로 팔아먹는 ㅍㄹㄴ제작업자. 본인이 어떤 의도로 그걸 만들었건 어쨌든 사람의 가장 괴로운 일면, 혹은 감추어두었어야 할 일면을 까발려 돈 받고 팔아먹는 녀석이니 이 녀석이 좋은 녀석이라는 건 아니에요. 지금 닥친 그 상황은, 분명 자업자득이에요.
그런데 말이죠.
사실 얘도 온전히 가해자는 아니거든요?
포주 소리를 들었어요.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인수한테요. 그 업계에서 살면서 마음 주는 사람, 마음 터놓는 사람 하나 없이 고독하게 살아오던 애가 유일하게 마음 주고, 자기 모든 거 다 드러내보인 사람이라구요.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고, 자신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이해해 주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길 비난했어요. 여태까지 그 사람 곁에 있다가 떠나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모욕하고 욕보이면서요.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난 상상도 안 되는데. 그렇게 사랑스럽다는 듯 애틋하게 바라보고, 대하고. 그런 사건 속에서도 어쨌든 가장 먼저 찾았던 그 사람한테 저런 소리를 들었는데. 너 때문에 자기 인생 다 망가졌다는 식으로 매도당했는데.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한줄기 희망마저 그렇게 산산조각 나버렸는데. 삼십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없이 고뇌하고 스스로와 싸우면서 간신히 만들었던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서 부정당했는데. 그래도 공은 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를 먼저 챙기고 아껴줘야 했나요? 나같아도 그동안의 사랑이 팍 식을 거 같은데?
저도 주인수의 현재 상황은 안타까워요. 갑갑하고. 안쓰럽고.
근데 저 말 때문에 온전히 공 너 이 나쁜 놈!! 할 수가 없어요. 얘도 피해자거든요. 그것도 엄청나게 큰 상처를 입은. 주위 살필 겨를도 없을 만큼.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따위 모진 말을 내뱉어야 할 만큼. 지금 주인수가 괴롭고 힘든, 딱 그 만큼요.
그냥, 좀 갑갑하기도 하고. 전 저 녀석이 이쁜데 남들이 욕하니까 안타깝네요.
동인 소설 보면서 수 편애니 공 편애니 말 나와도 내가 어느 쪽이라 생각은 사실 안 해봤는데 요즘 들어 몇몇 소설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낍니다. 나 공편애였나봐....왜 이런 공을 봐도 그냥 이쁘지.